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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퍼민트에서

알랭 드 보통이 자신의 블로그에 쓴 “잘못된 사람과 결혼하는 것에 대하여”라는 글을 세 편에 걸쳐 번역합니다.

1부 보기

넷째, 싱글로 지내는 건 너무 어렵습니다.
싱글 생활이 견딜 수 없다면 합리적인 사고를 유지하며 천천히 좋은 사람을 찾아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수년간 홀로 지내면서도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 맞는 좋은 사람을 만나서라기보다 그저 싱글에서 벗어나고 싶어 누구든 만나려 하죠.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일정 나이에 다다르면 독신으로 지내는 게 어려워집니다. 친구 등 사회 집단 모임은 시들기 시작하고, 부부는 싱글 친구로부터 너무 자주 초대받는 걸 부담스러워 하고, 혼자 영화관에 가는 것도 눈치가 보입니다.
성관계도 문제입니다. 여러 기구와 현대 사회의 자유로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만나 성관계를 갖기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어려워집니다. 정기적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성관계를 하는 생활은 서른 살이 넘어가면 눈에 띄게 어려워집니다. 이 사회를 다시 개편해 대학이나 키부츠(이스라엘 집단 농장)처럼 만들 수 있다면 싱글들에게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다같이 먹고 자고 파티가 끊이지 않고 새로운 이성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죠. 그런 사회에서라면 싱글로 사는 게 힘들어서가 아니라 정말 결혼할 확신을 가진 커플들만 결혼이라는 큰 결정을 내릴 겁니다. 성관계가 결혼한 사람들 사이에만 가능한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잘못된 이유로 결혼을 하게 됩니다: 성관계가 사회를 인위적으로 구속하는 셈이죠. 우리가 논의한 사회에서라면 더 나은 결정을 두고도 정기적인 성관계를 가지려고 결혼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러한 구속은 다른 방식으로도 일어납니다. 커플들만 진짜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외롭지 않기 위해 쌍을 짓게 됩니다. 성자유주의자가 성관계의 해방을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동료애”를 커플이라는 개념에서 해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다섯째, 본능이 지나친 선망을 얻다
예전에는 결혼이 집안간의 사업이었습니다. 서로의 땅과 재산 가치를 꼼꼼히 따져보는 일이었죠. 당사자들의 행복은 고려하지 않은 냉정하고 무자비한 결정이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이 때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습니다.
오늘날의 결혼은 본능과 낭만의 결혼입니다. 상대방에 대해 느끼는 감정만이 결혼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어야 한다고 믿죠. “사랑에 빠지면” 그걸로 충분한 겁니다. 더 이상 무슨 질문이 필요할까요? 감정이 우리의 결정을 지배합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우리의 순결한 영혼에 도래한다면 그 아름다운 감정에 굴복하고 볼 일입니다. 부모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결국 결정을 내리는 건 결혼 당사자의 몫입니다. 지난 300년 동안 우리는 선입관과 자만, 부족한 상상력에 고통받아온 수천 년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구식 “결혼의 이유”에 맞서 싸우면서 우리는 우리가 왜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지 너무 많이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나치게 분석하는 건 로맨틱하지 않기 때문이죠. 결혼하기 전에 장단점 목록을 적어보는 건 이상하고 냉정합니다. 가장 낭만적인 상황은 만난 지 몇 주도 안 되어, 갑작스럽고 빠르게, 열정에 가득 차서, 지나치게 계산만 해온 수천 년 전 사람들과 달리 그저 사랑에 빠져 결혼을 결정하는 겁니다. 이러한 성급함이 결혼 생활을 잘 해낼 거라는 증거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지나치게 신중함을 추구하다 결혼을 망쳐버리곤 했으니까요.

여섯째, 학교에서는 사랑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여기 세 번째 종류 결혼을 생각해볼 때가 되었습니다. 이 결혼은 심리의 결혼입니다. 땅 거래를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닌, 외로움을 느껴서 하는 것도 아닌, 나와 다른 이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검토해본 후에 하는 결혼이죠.
우리는 지금 많은 정보 없이 결혼합니다. 우리는 결혼의 의미에 대해 많은 책을 읽거나,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거나, 결혼한 커플과 깊이 관계를 파고들거나, 이혼한 커플과 심각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결혼하죠. 왜 결혼이 실패하는지 깊이 연구해보고 통찰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사업으로 결혼하던 시대에는 아래 조건들을 검토했습니다.
– 부모가 누군지
– 땅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 문화적으로 얼마나 비슷한지

낭만의 결혼 시대에는 아래 같은 신호들이 결혼이 정당하다는 증거가 됩니다.
– 연인에 대해 생각하는 걸 멈출 수 없거나
– 성적으로 집착하고 있거나
– 상대방이 대단하다고 감탄하거나
– 상대방과 언제나 이야기하고 싶어 결딜 수 없거나

같은 식이죠.

우리는 이제 여기에 새로운 기준을 더해야 합니다.
– 그들이 어떻게 미쳐있는지
– 그들과 아이를 키울 수 있을지
– 같이 발전해 나갈 수 있는지
– 친구로 남을 수 있을지

같은 것들을 말이죠.
(알랭 드 보통 블로그, The book of life)

3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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