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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퍼민트에서

알랭 드 보통이 자신의 블로그에 쓴 “잘못된 사람과 결혼하는 것에 대하여”라는 글을 세 편에 걸쳐 번역합니다.

누구나 잘못된 사람과 결혼할 수 있습니다. 여기선 약간 염세주의적으로 반응하는 건 현명한 일입니다. 완벽이란 건 없습니다. 어느 결혼에나 불행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어떤 커플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조합일 경우가 있습니다. 일상에 존재하는 실망 정도가 아니라 그냥 같이 있어서는 안 되는 커플이 있죠. 이런 일은 어떻게 일어나는 걸까요? 잘못된 결혼이 보통 사람이 가장 쉽게 저지르면서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는 실수라는 걸 고려하면, 도로 안전이나 흡연 문제만큼이나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이유을 나열해보면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몇 가지 카테고리 안에서 결정되죠.

첫째,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모릅니다.
사람들은 보통 어떤 배우자를 찾느냐고 물으면 그럴 듯하지만 실은 모호한 묘사를 늘어놓습니다. “자상하고”, “같이 있으면 즐겁고”, “매력적이고”, “모험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같은 식이죠. 그런 표현이 잘못됐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런 모호한 표현을 늘어놓는다는 건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혹은 비참해지지 않기 위해-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겁니다.
우리는 모두 조금씩 미쳐 있습니다. 신경과민, 어딘가 균형 잡히지 않은 불안한 상태, 아직 철이 덜 든 부분이 누구나 어딘가에는 존재합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자신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죠. 배우자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그 미친 부분을 알아내고 이해하는 겁니다. 상대방의 신경과민이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고 언제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사람이 이를 완화시키는지 혹은 더 악화시키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동반 관계는 건강한 두 사람이 만나서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사실 지구상에 그렇게 건강한 사람은 드물죠. 어딘가 비뚤어진 두 사람이 서로의 ‘미친 부분’을 보완하는 상대를 찾는 혜안이 있거나, 아니면 그저 운이 좀 따라야 합니다. 내 자신이 어떻게 어려운 사람인지 동반자에게 경종을 울려야 합니다.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으면 화를 참기 어렵다거나, 일하지 않으면 불안하다든가, 잠자리를 가진 후에 생기는 친밀함이 불편하다거나, 걱정에 잠겨있을 때 이를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것 같은 부분 말입니다. 이런 특성이 수십 년에 걸쳐 재난을 가져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이렇다는 걸 미리 알고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겁니다. 모든 저녁 데이트의 첫 번째 질문은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미쳐있나요?”가 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나 자신의 신경과민을 깨닫는 일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결혼 전에는 이렇게 반응할 상황에 빠지는 일 자체가 드물고 경험이 없습니다. 가볍게 연애하는 와중에 내 자신의 ‘어려운’ 부분이 작동해도 연애 상대가 잘못했다거나 일진이 안 좋은 날이었다고 넘겨버리기 십상입니다. 친구들은 그렇게 진짜 나를 발굴해줄 필요가 없죠. 그냥 즐거운 저녁을 보내면 되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사실 우리 자신의 비뚤어진 면을 잘 알지 못합니다. 화가 났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소리 지를 데가 없죠. 결혼할 때까지 내가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겁니다. 종일 일만 해도 저녁 먹으라고 전화하는 사람이 없으면 내가 일에 얼마나 미쳐있는지 충분히 꺠닫지 못하고, 누군가 나를 막으려 하면 어떤 지옥이 펼쳐질지 예측하지 못합니다. 밤에 누군가를 껴안고 포옹하는 건 좋지만, 아주 깊이 가까워지고 서로에게 충실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지나친 친밀함을 어색해하며 쌀쌀맞게 행동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혼자 살다 보면 쉽게 빠지는 착각이 내가 다른 사람과 살기 쉬운 사람이라 생각하는 거죠. 나 자신을 모른다면, 누구를 찾아야 하는지 모르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둘째, 우리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도 우리만큼이나 스스로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문제를 더 키웁니다. 좋은 의도가 있더라도, 상대방에게 자신을 알리기 전에 자신도 자신을 잘 모르는 걸요.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먼저 시도합니다. 가족을 방문하고, 처음 다녔던 학교를 방문하죠. 사진을 보고 친구들도 봅니다. 일종의 숙제를 하는 셈이죠. 그러나 이는 종이 비행기를 날려본 사람이 비행기를 몰 수 있다고 믿는 정도의 비약입니다. 현명한 미래 사회에서는 아주 자세한 심리학 설문지를 작성해 결혼하기 전에 심리학 진단을 받아야 할 겁니다. 2100년쯤에는 이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여태까지 인간 사회가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가 놀라울 겁니다.
우리는 결혼하려는 사람의 사고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권위, 굴욕, 자기 성찰, 성적 친밀감, 미래 예측, 돈, 아이, 노화, 신뢰 등 수백 가지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태도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죠. 보통 대화로는 알아낼 수 없는 것들도요.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어떻게 보이느냐를 가지고 이런 진단을 내립니다. 눈, 코, 이마, 주근깨, 미소가 어떤가에서 정보를 얻어내는 식이죠. 그러나 핵발전소 사진을 보고 핵 발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아주 적은 정보를 가지고 이 사람을 예측합니다. 인간의 두뇌는 몇 가지 한정적인 정보를 토대로 전체를 예측하죠. 사람을 볼 때도 몇 안 되는 정보로 상대방의 성격을 예측합니다. 우리가 결혼하기 전에 얻는 정보, 지금 사회에서 결혼을 준비하는 방식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셋째, 우리는 행복에 익숙치 않습니다.
우리는 사랑에서 행복을 찾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부분 행복 대신 친숙한 감정을 찾습니다. 성인이 되면 어릴 때 느낀 감정을 찾아 헤매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어릴 때 느꼈던 ‘사랑’이 반드시 즐겁고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시키는 대로 따르고, 굴욕을 느끼고, 버림받고,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면서 느낀 고통이었을 수도 있죠. .
그런 우리는 어른이 되어 건강한 사랑을 맺을 수 있는 상대를 만나 너무 성숙하고 이해심이 깊고 믿을 만한 상대에게 불편함을 느낍니다. 그들이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대신 우리를 행복하게 하진 않지만 친숙한 고통을 느끼게 하는 사람을 택하죠.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상대가 나와 다르고 과분하다고 느껴져 잘못된 사람을 찾아가는 일은 매우 흔합니다. 건강한 사랑의 경험이 없는 사람은 사랑을 행복이나 만족이라는 감정과 연결시키지 못하죠. (알랭 드 보통 블로그, The book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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