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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퍼민트에서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워싱턴대학교(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의 심리학자 뢰디거(Henry Roediger), 맥다니엘(Mark McDaniel) 교수가 둘이 합쳐 80년 가까이 진행한 학습법에 관한 연구의 결과물을 책으로 내놓았습니다. 소설가 브라운(Peter Brown) 씨와 함께 엮어낸 책 과학적인 학습비결 (Make it Stick: The Science of Successful Learning)은 현재 많은 학생들이 잘 모르거나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실수나 잘못된 학습법에 대해 거침없는 지적을 담고 있습니다. 맥다니엘 교수와 Vox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맥다니엘 교수의 주장을 요약해 소개합니다.
– 이것만은 하지 마세요.
1) 노트 필기나 교과서 시험 범위를 그저 반복해서 읽고 또 읽는 것: 한 마디로 전혀 도움 안 된다.
많은 학생들이 이해가 되거나 머릿속에 오롯이 내용이 외워질 때까지 노트 필기나 교과서의 해당 부분을 읽고 또 읽습니다. 실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를 살펴보면 별 생각없이 그저 여러 번 반복해서 내용을 읽고 또 읽는 건 한 번 슥 훑어보는 것보다 암기나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시간 낭비인 셈이죠. 무언가를 처음 읽을 때는 집중해서 많은 것을 머릿속에 새기며 읽게 되지만, 같은 내용을 두 번, 세 번 읽을 때는 ‘이미 봤던 내용’,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갖고 접근하기 마련입니다. 학습 효과는 알게 모르게 상당히 떨어지는 게 당연한 이치입니다.
2) 벼락치기: 잊혀질 만할 때쯤 다시 그 내용을 살펴보지 않으면 정말 영원히 잊혀져버린다.
벼락치기가 장기 기억에 특히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건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입니다. 시험 전날 밤 밤을 새워 시험 범위의 내용들을 달달달 외운 학생은 그 다음날 시험이야 어떻게든 치겠지만, 혹여나 기말고사 때 그 내용이 다시 나온다면 또 다시 처음부터 공부를 하지 않는 이상 큰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다음 학기나 내년에 심화 과정을 듣기 위해 반드시 이수해야 할 기본 과정을 듣는 학생들이 벼락치기로 수업을 간신히 이수했을 경우, 성적은 어떨지 몰라도 심화 과정을 듣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은 전혀 쌓이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장기적으로 어떤 내용과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조금씩 익히되 며칠이나 몇 주가 지난 뒤 다시 한 번 그 내용을 살피는 일을 꾸준히 되풀이해줘야 합니다. 잊혀질 만할 때쯤 다시 한 번 새겨넣은 기억과 지식은 더 깊게 뿌리를 내립니다. 이는 학생들이 스스로 지켜야 할 원칙일 뿐 아니라 수업 내용을 짜는 선생님들도 참고할 만한 조언입니다. 즉, 매일 다른 내용, 새로운 내용을 하나하나 배우는 강의도 의미가 있지만, 예를 들어 강의 4주차 쯤 첫째 주에 배운 내용을 묻는 퀴즈를 본다거나 8주차에 3주차에 배웠던 내용을 숙지해야만 할 수 있는 과제를 낸다면 학생들이 한 번 듣고 뒤돌아서면 까마득하게 잊어버리는 안타까운 일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 이렇게 해보세요.
1) 자기 자신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져라: 스스로 자기를 가르친다고 생각하고 질문을 던지면 효과적으로 기억할 수 있다.
그저 반복해서 노트 필기를 읽는 것보다 같은 내용을 다루더라도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법이 효과적으로 내용을 새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스스로 자신이 없는 부분을 공략하는 질문을 만든 뒤 거기에 대한 답을 찾는 것도 좋고, 교과서 단원정리에 나와있는 질문들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스스로 내는 퀴즈의 목표는 당연히 100점이 아닙니다. 기억이 잘 안 나는 부분, 자꾸 틀리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만한 성과도 없을 겁니다. 약점을 파악해서 보완할 수 있게 된 것이니까요. 이른바 자기주도학습의 전형적인 사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역사 공부를 할 때도 그냥 주어진 사실을 외우고 넘어가는 데서 그칠 게 아니라 왜 그랬을까, 구체적으로 어떤 배경이 있었기에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를 스스로 묻고 찾아보게 된다면 훨씬 더 복잡하면서도 선명한 지식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 숙지할 수 있게 될 겁니다.
2) 새로운 지식을 처리할 때는 이미 알고 있던 것과 비유를 통해 이해하라. 가능하다면 시각화해서 이해하라.
예를 들어 우리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뉴론(neuron)은 말 그대로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데, 미엘린초(myelin sheath)라 불리는 일종의 신경다발이 뉴론을 감싸고 있으면서 신호를 더 빨리 전달하도록 돕습니다. 뉴론부터 시작해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개념인데, 낯선 단어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아예 모든 걸 체계 없이 외워보려다가 흥미를 잃고 책을 접을지도 모릅니다. 이럴 때 물을 뿌릴 때 쓰는 호스를 생각해봅시다. 호스가 있어서 물을 원하는 곳으로 빨리 옮겨서 뿌릴 수 있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죠. 그런데 호스 한 켠이 찢어져 물이 샌다고 칩시다. 그럼 수압도 낮아질 뿐더러 물을 제대로 뿌리지 못하겠죠. 나이가 들면 이 미엘린초 다발이 엉성해집니다. 마치 호스에 구멍이 나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신호 전달도 더뎌지고 그만큼 반응이 조금씩 늦어지는 겁니다. 이렇게 이해하면 낯선 단어를 그대로 외우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원리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겁니다.
뉴론과 호스의 비유를 통해 원리를 이해한 것처럼 가능하다면 시각적으로 내용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드시 상황을 그려내는 게 아니라 복잡하게 문장으로만 설명돼있는 내용을 벤다이어그램이나 도표로 그려내 설명할 수 있다면 효과적인 시각화 학습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겁니다.
3) 요점정리 카드를 이용하라: 그리고 다 아는 내용이라고 버리지 말아라.
요점을 스스로 정리해둔 카드를 만들어 들고 다니면서 잊혀질 만할 때쯤 꺼내어보고 스스로 퀴즈를 내보는 건 상당히 효과적인 학습법입니다. 여기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건 한 번 퀴즈에서 다 맞췄다고 그 카드를 버리지 말라는 겁니다. 지금 알고 있는 내용이라도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꺼내어봤을 때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복학습이 그래서 중요한 겁니다. 잘 모르는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보는 것만큼이나 잘 아는 내용도 나중에 잊지 않고 되짚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V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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